해안도로를 따라 여행하는 제주이야기(2)
제주에서의 두번째 날이 밝았습니다. 첫 날의 여운 때문인지 아침에 눈을 뜨니 온 몸이 개운했습니다. 일어나자 마자 커피를 한잔 마신 뒤 오늘의 여행지를 계획했죠. 이번 여행의 테마는 '힐링','발가는대로 가는 여행'이라 사전에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여행 할 당시의 저의 컨디션과 저의 기분에 따라서 발이가는 대로 가고싶었기 때문이죠. 막상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계획해 놓은 곳을 못가게 되면 이중으로 스트레스를 받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엔 과감히 계획하지 않고 제주로 떠났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힐링이라 생각하며
아침 일찍 개운한 몸을 이끌고 숙소앞 바다를 보며 편의점까지 가는 걸었습니다. 실제로 어제의 여행 중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머 바닷가를 따라 걸었던 적이 없어서 (걷더라도 5분 이내..) 숙소에서 편의점 까지 걷기로 했습니다. 목적지는 꽤 거리가 되는 걸어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CU편의점. 개운한 몸을 이끌고 숙소를 나섰습니다. 아침 바다의 바람과 그 바람속에 자리잡은 바다내음은 그 날 하루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만들어 주는 듯 했습니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까맣게 잊은 채 바닷가를 따라 그저 걸었더니 눈 앞에 편의점이 보였습니다.
편의점을 보면서도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이 곳을 운영하시는 분께서는 정말 돈을 위해서 운영하실까?' 모든 사업 또는 장사의 기본 개념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죠. 그러나 이렇게 외곽진 곳에, 아무것도 없는 곳에 있는 편의점이란 곳은 빌딩숲이 밀집한 각박한 도시에서의 편의점의 느낌과 많이 달랐습니다. 돈을 바란다는 느낌보다는 이 곳 제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게 해주는 오아시스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각박한 도시 생활에 지친 저로써는 생소한 느낌이었습니다.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곳이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아침을 간단히 해결한 뒤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겼습니다. 다시 동쪽을 향해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려 했으나 어제의 협재해수욕장이 아쉬워 다시 찾은 뒤 동쪽을 향해 가기로 계획했습니다. 협재해수욕장을 다시 들러 커피를 한잔하며 잠시 사색에 빠진 뒤 다시금 출발 했습니다. 협재를 다시 돌아온 이유는 왠지 모르게 에메랄드 빛 바다를 다시 한번 보고 싶어서 였습니다. 날씨가 전날보다 좋지 않아 바람이 많이 불고 흐린데도 협재만의 느낌이 있었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산방산으로 정했습니다. 어제의 수월봉과 오설록 티뮤지엄에서의 바다만 보이는 제주말고도 다양한 제주의 매력을 느껴보고자 산방산으로 정했습니다. 먼저 산방산에서 유명한 유채꽃 밭이라 불리는 곳으로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도착했습니다. 아직 유채꽃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감상하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 뒤에 보이는 산방산의 웅장한 자태는 '제주는 한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을 하듯 솟아잇었습니다. 이 곳은 사진 찍기에 제한이 없었으나 주위를 둘러보니 개인 사유지인지 유채꽃을 찍거나 유채꽃밭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관리자에게 돈을 소량 지불한 뒤 사진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그렇다고 돈을 지불하는 곳이 엄청나게 다르지 않아서 저는 그냥 눈으로만 보고 왔습니다.
옆지기와 잠시 요기를 하러 식당에 들렀습니다. 겉으로는 허름해 보였지만 식당 내부를 들어가니 바다의 전경이 통으로 보이는 곳이었고 그 광경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제주에서는 어느 식당을 가도 풍경이 뛰어난 듯 식당 종업원 분들은 풍경을 보고 놀라는 우리를 아무렇지 않게 쳐다보곤 하셨죠. 조금은 쌀쌀한 바닷바람에 추워진 몸에 따뜻한 보리차가 들어가니 새삼 개운해 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곳에서도 조금 더 여유를 누리곤 다음 목적지인 용머리해안으로 향했습니다.
용머리해안에 도착하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내리니 눈 앞에 만개한 유채꽃이 펼쳐졌습니다. 만약 아까 유채꽃밭에서 돈을 지불하고 여기를 왔으면 후회가 남았을 정도.. 뒤에 보이는 산방산과 푸른 하늘 그리고 노란빛의 유채꽃을 카메라에 담기엔 이 곳이 가장 적합했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았던 아침과는 달리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날씨가 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날씨도 우리를 반기는 듯해 신나게 용머리 해안으로 향했습니다. 사실 용머리해안은 10년도 더 전에 고등학교 수학여행으로 다녀왔던 곳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하다가 익숙한 풍경에 어렴풋이 10년도 더 된 추억이 떠올랐죠. 그때 당시에는 이 곳이 제주도이지 용머리해안인지 주상절리인지 그저 선생님들이 이끌어 주시는 대로 왔다 갔던 곳들이라 큰 기억이 남지않았죠. 아마 그 당시에는 목적지에 목적을 둔 게 아니라 같이 갔던 친구들, 선생님들과 함께 라는것에 목적을 두어서 그랬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가끔 그 때의 시절이 그립기도 하네요.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갔던 용머리해안 에서는 여태껏 보았던 에메랄드빛 수심이 얕은 바다가 아니라 바로 앞 바다도 깊은듯한 검푸른색의 바다를 가장 밀접한 곳에서 볼 수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걷다보면 해녀분들께서 바로 채집한 신선한 해산물들을 판매하고 계셨고 더 나아가서는 지층변화를 잘 관찰 할 수 있는 암벽이 나타났습니다.
제주도의 바다는 각 해변마다의 특색이 있는 느낌입니다. 애월해변, 협재해변은 불과 몇분 거리이지만 그 느낌이 조금씩 다르구요. 이 곳 용머리해안의 바다는 깊은 느낌의 웅장한 바다의 느낌입니다. 다양한 바다를 볼 수 있는 제주, 매력적인 곳입니다.
용머리해안을 둘러보고 해안도로를 달려 동쪽을 가려 했으나 산방산의 느낌이 좋아 산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제주 한라산 드라이브길을 이용하여 동쪽으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제주의 숲속은 비자림을 가지 않아도 산림욕의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제한속도가 낮아 충분히 창문을 열고 숲속의 기운을 느끼며 달리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한 시간을 달렸을까요? 목적지인 동쪽바다의 성산일출봉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도착과 동시에 숙소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떠나고 싶을땐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근교드라이브]포천 아트밸리,천지호 폭포,당일치기 여행 (2) | 2020.05.02 |
---|---|
청춘열차 ITX를 타고 가는 춘천 당일치기 여행 (13) | 2020.03.28 |
해안도로를 따라 여행하는 제주이야기(3) (12) | 2020.03.27 |
해안도로를 따라 여행하는 제주이야기(1) (16) | 2020.03.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