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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을땐 여행

해안도로를 따라 여행하는 제주이야기(3)

by 재룽이 2020. 3. 27.

해안도로를 따라 여행하는 제주이야기(3)



 아쉬운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성산일출봉 부근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의외로 빨리 찾아왔죠. 일찍이 떠진 눈을 차가운 냉수로 세수를 해준 뒤 마지막 날의 제주의 일출을 보러 근처 광치기해변으로 향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찾아 볼 수 없고 어두웠던 제주의 밤바다는 떠오르는 태양이 언제 그랬냐는듯 어둠을 몰고갔습니다. 정말 몇 분 만에 일어난 전경이라 넋놓고 보고만 있었는데요. 수 많은 일출을 보았지만 이처럼 숭고하게 느껴졌던 것은 처음인듯 합니다. 몇 일 밤새 바다 위에 떠 있는줄 모르는 고기잡이 배들과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새들 모두 떠오르는 태양을 반기는듯 했습니다. 바다에 비추어진 태양의 그림자는 태양 못지 않게 눈부시고 그 주위의 바다는 금빛 바다로 물들어가네요. 오늘 마지막 제주의 하루도 벌써 기대가 되는 새벽입니다.





 일출을 보고 숙소로 돌아온 뒤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들른 카페 '오르다 카페'입니다. 오르다 카페는 이미 SNS상에서 하늘을 향해 가는 계단으로 유명한 카페였지요. 마침 숙소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섭지코지로 가기 전에 들러 시원한 바닷바람과 확 트인 경치를 보며 커피를 한 잔하는 여유를 가졌습니다. 


 오르다 카페는 하늘을 향해 가는 계단 ('천국의 계단' 이라고 칭하더군요.)으로 유명한 데, 막상 와보니 천국의 계단보다 그 주위의 경관이 더 멋스럽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제주여행 내내 입에 달고 살던 하늘과 바다, 산 또는 꽃의 조화가 모두 이루어진 곳이었습니다. 어찌나 만족스러운 풍경이었는지 커피를 주문한 진동벨이 수어번 울릴때 까지 미쳐 알지 못한채 넋을 놓고 풍경에 빠져들었습니다. 조금 더 일찍 이 곳을 알게되어 일찍 왔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며 무계획 여행에 대한 괜한 투정을 부렸으나 무계획 여행으로 인해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생각하면 피식하면서 저의 욕심에 웃음짓게 되었습니다. 무계획 여행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감정과 여유를 느끼지 못했을테지요.



이 곳 오르다 카페의 명함입니다. 따로 전화번호는 기재되지 않아 제주를 가실 분들은 지도에 검색하시면 자세하게 나오니 한 번 가보시는것을 추천드립니다.




 섭지코지로 향하기 위해 오르다 카페를 나와 몇분도 가지 않아 아름다운 성산일출봉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기에 잠시 정차하여 또 풍경에 빠져봅니다. 이 또한 무계획 여행의 묘미라 생각하며.



 

 차로 약 20분을 달려 도착한 섭지코지는 제주 명소라고 할 만 했습니다. 길게 펼쳐진 산책로는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기 충분했고 가끔씩 보이는 돌이 많은 바닷가는 어린 시절의 상상만 했던 바다의 느낌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끝없이 펼쳐진 새파란 바다는 눈의 피로가 사라질 만큼 광활하게 펼쳐져있어 눈을 의심하게끔 만들었고 아침에 느꼈던 바다와 같은 바다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느낌이 다른 바다의 장면과 소리는 여행이 끝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항상 빌딩숲의 도시에서만 생활하던 저였기에 그 무엇도 저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제주바다의 끝없는 장면에 산책로를 걷다가도 순간 순간 넋을 놓고 바라보곤 했습니다.




 제주 섭지코지의 명소중 하나인 제주 민트레스토랑. 현재 자세히는 모르지만 예전의 캐쥬얼한 느낌의 음식스타일을 벗어나고자 서울의 '서울다이닝' 김진래 셰프와의 협업으로 레스토랑을 찾는 분들에게 조금 더 높은 미식의 수준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뉴스기사로 본 기억이 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들러 대한민국 제일 가는 경치를 보며 먹는 다이닝을 즐길 수 있었을텐데 이 또한 아쉽게 느껴집니다. 마지막 날이라서 일까요. 무엇하나 아쉽지 않은게 없습니다.



 

 한 때, 대한민국에서 핫하다는 건물 디자인은 모두 '노출 콘크리트'형식이 되게 만들었던 일본 건축예술가 '안도 타다오'의 유민 미술관 입니다. 저 또한 안도 타다오의 책도 읽으며 그가 가진 예술적 접근을 합리적이고 또 예술적이라 생각했습니다. 합리적이고 예술적이다. 마치 두가

지 부딪히는 개념을 같이 이용하는 그는 대단한 예술가라 생각합니다. 그의 글라스 하우스 또한 보고싶었으나 보지 못하고...




 예상했던 시간보다 늦어진 공항으로의 출발 시간. 그래도 마지막까지 즐길건 즐겨야한다며 빠른 길을 두고 예쁜 해안도로를 곁에 둔 채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다 나온 세화해변에서 잠시 내려 또 다시 바다의 느낌을 즐기었죠. 바다를 좋아하는 옆지기를 보아하니 언젠가 바닷가 근처로 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네요.




 

 공항을 가기전 마지막으로 들렀던, 제주에서의 마지막 바다 월정리 해변. 옆지기가 가장 좋아하는 바다라고 합니다. 추억이 많이 깃든 바다라고 하는데 바다를 보자마자 왜 추억이 많을 수 밖에 없는지 한번에 이해가 갔던 바다였습니다. 기존의 조용하고 한산했던 바다들과는 달리 관광지로 비교적 많이 알려진 곳이어서 젊음의 느낌이 물씬 풍겨났습니다. 바다 또한 이 전의 바다들과 느낌이 사뭇 달랐죠. 옆지기의 추억이 담겨있는 바다에 저와의 기억도 추억 할 수 있어 좋았던 순간이었습니다.


 월정리를 떠나 공항으로 도착하여 렌트카를 반납한 후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조금은 촉박한 시간이어서 그런지 정신없이 김포행 비행기에 탑승했지만 탑승하는 순간까지도 제주에서의 기분 좋은 여운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첫 날의 첫 바다와 오설록, 그리고 개인적으로 감명깊게 느꼈던 수월봉, 기상전망대, 둘째날의 유채꽃들의 향연과 녹음진 한라산 드라이브길, 마지막으로 제주에서의 잊지 못 할 일출과 무작정 찾았던 카페에서의 황홀한 풍경에 빠져 넋이 나갔던 순간들 모두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김포에 도착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혹시 꿈이었나?'싶을 정도로 행복했던 제주에서의 3일 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말하죠 여행은 계획을 짜고 유명한 관광지는 다 돌아야 본전을 뽑는 것' 이라고 물론 그 방법도 일리가 있고 경험면에서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제가 했던 의식의 흐름대로, 계획하지 않은 여행 또한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독자님들 께서도 한 번쯤은 계획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채 스트레스 받기보다 한 번쯤은 모든 걸 떨쳐버리고 그냥 떠나보시는게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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